생수 미세플라스틱 vs 1기 신도시 녹물, 어느 쪽을 마셔야 할까?

  • 우리 집은 지금 거대한 ‘생수 소비 공장‘이다.
    기존에 쓰던 정수기 렌탈 기간이 끝났는데
    조만간 이사를 앞두고 있어 새 정수기 계약을 잠시 미뤄뒀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 세 딸,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까지…
    도합 여섯 생명체가 마시고 밥하는 데 쓰는 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2리터짜리 생수 12개들이 팩을 쿠팡으로 시키면
    길어야 4~5일 만에 동이 난다.
    냉온수기가 없으니 매번 물을 끓여야 하는 불편함도 크지만
    무거운 물을 배달해 주시는 기사님들께 죄송한 마음(ㅠㅜ)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투명 페트병을 볼 때마다 밀려오는 찝찝함이 더 크다.
  • 우리집 수돗물 꼭 먹여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수돗물이 생수보다 깨끗하다?

이런 와중에 눈길을 끄는 기사를 하나 보았다.
한 저명한 생물학자가 “생수는 죽은 물이고, 수돗물이 훨씬 깨끗하다“며
생수의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환경 파괴를 강하게 지적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1리터 생수에서 평균 6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고 하니
썩는 데만 500년이 걸리는 이 플라스틱들이 결국 돌고 돌아
우리 아이들의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어릴 적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보던
물을 사 먹고 산소를 사 마시는 시대‘가
지금 완벽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 수돗물은 믿을 수 있을까?

기사에서는 서울의 ‘아리수‘를 비롯해 정수장에서 갓 나온 도매 단계의 수돗물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깨끗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지어진 지 오래된 1기 신도시다.
정수장에서 아무리 맑은 물을 보낸다 한들
그 물이 우리 집까지 굽이굽이 흘러오는 ‘배수관‘ 자체가 심각하게 노후화되어 있다.
당장 화장실 샤워기와 싱크대에 달아둔 필터가 며칠 만에 누렇게 변하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
이 물을 끓여서 아이들에게 먹이고 커피를 타 마신다고?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코를 찌르는 특유의 소독약 냄새는 덤이다.

결국 정수장 물이 깨끗하다는 건 탁상공론일 뿐
배관 인프라가 썩어있는데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시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진짜 환경 보호란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줘야 한다는 데에는 백번 천번 동의한다.
플라스틱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지만
한 해에만 수십억 개씩 쏟아져 나오는 생수 페트병을 줄이는 것이
환경 보호의 첫걸음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국가가 수돗물을 믿고 마시라고 권장하려면
우리 정수장 물 깨끗해요‘라고 홍보할 게 아니라
우리가 매일 틀어 쓰는 이 낡은 수도관부터 전면 교체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
미세플라스틱 둥둥 뜬 생수와 녹물이 스며든 수돗물 사이에서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지금의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얼른 이사를 가서 마음 편히 새 정수기를 들이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본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27026?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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