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마트라고 하면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양대 산맥이었다.
이마트야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홈플러스의 행보를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씁쓸함마저 든다.
우리 집 근처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라는
제법 규모가 있는 동네 마트가 두 개나 있어서
종종 장을 보러 가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발길을 뚝 끊었다.

-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인건가?
소주도 우유도 없는 마트, 소비자는 냉정하다
장사란 모름지기 소비자가 찾을 만큼 매력이 있어야 한다.
하나라도 더 저렴하거나,
아니면 질 좋은 물건이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어야
지갑을 열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요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현실은
참혹하다 못해 황량하다.
물건이 싼 건 둘째치고
진열대 자체가 텅텅 비어 있다.
소주가 없어진 지는 오래고,
신선한 우유도 찾기 힘들며,
흔하던 PB(자체 브랜드) 과자들조차 자취를 감췄다.
뉴스를 보니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심각한 자금난으로 대금 지급이 밀리자
거래를 끊는 납품업체들이 늘어난 것이다.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주요 매대도 PB제품으로 겨우 채우고 있고,
4월분 급여마저 25%만 지급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결국 수익성이 낮은 37개 매장이
영업을 잠정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네에 있는 다른 큰 마트들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파리만 날리는 신세가 되었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살 물건이 없는 마트에
동정심만으로 찾아가 주는 소비자는 없다.
대기업의 몰락이 직장인에게 던지는 서늘한 경고
이 거대한 유통 공룡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17년 차 중소기업 직장인인 나는
엉뚱하게도 서늘한 위기감을 느꼈다.
평범한 40대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회사 그만두면 퇴직금으로 내 가게 하나 차려서,
치킨이나 튀기며 천천히 살아야지…” 라는
막연한 은퇴 후의 로망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수많은 전문가와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대기업조차
자금난에 허덕이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이 냉혹한 시장에서,
과연 나 같은 평범한 개인이 내 가게를 열고
프랜차이즈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거대한 유통망을 가진 홈플러스조차
물건을 채우지 못해 셔터를 내리는 판국에,
퇴직금 쥐고 뛰어든 자영업의 세계가
나의 노후를 낭만적으로 보장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그저 순진한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텅 빈 홈플러스의 진열대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험난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경고장처럼 느껴진다.
언젠가는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40대 가장으로서,
나의 미래를 다시 한번 무겁게 점검해 보게 되는
그런 씁쓸한 아침이다.
출처 : https://news.nate.com/view/20260601n0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