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이 사라진 5월, 감사의 무게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5월은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성년의 날까지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가정의 달‘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를 아우르는 기념일들이 모여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해야 할 시기이지만,
올해 꽃집 사장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26년 동안 꽃집을 운영하며 올해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는
한 사장님의 한숨 섞인 뉴스를 보며,
변화해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다시금 실감한다.

  • 솔직히 카네이션 금액이 부담되기는 하다…

부모가 되어 바라보는 카네이션의 무게

나 또한 4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며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왠지 모를 쑥스러움과 ‘닭살 돋는‘ 느낌에
카네이션보다는 실속 있는 외식과 용돈을 챙겨드리는 것이
훨씬 익숙해졌다.

이제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동시에 아이들의 부모가 된 입장이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지 말라고
당부하곤 한다.
한 송이에 만 원을 훌쩍 넘겨버리는 꽃값은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결코 가볍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입장에선 부모님 두 분께 드릴 꽃 두 송이만 사도
한 달 용돈이 우습게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평소 꽃을 가꾸는 데 소질이 없어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에 큰 비용을 쓰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인 입장에서는 조금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승의 은혜와 안 주고 안 받기 문화

아내가 교직에 몸담고 있다 보니
스승의 날의 변화 역시 가까이서 체감하게 된다.
과거에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 세트들이 넘쳐나던
그런 시절도 있었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이제는 작은 카네이션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정착되었다.
사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남들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빠졌다가 혹여 불이익이라도 받을까 싶어
억지로 선물을 챙겼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부담스러운 관행보다는
안 주고 안 받기‘라는 지금의 명확한 문화가
훨씬 합리적이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명절마다 거래처와 선물을 주고받던 문화가 사라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다시 그만큼을 돌려줘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현대 사회가 선택한 합리적인 소통 방식일지도 모른다.

본질은 잊지 않되, 표현은 가볍게

물론 물질적인 선물이 사라진다고 해서
감사의 마음까지 사라져서는 안 될 것이다.
기념일의 진짜 의미는 화려한 선물보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은혜를 되새기고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꽃값이 지금보다 절반만 저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인사치레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었다면,
꽃집 사장님들의 한숨도 조금은 잦아들지 않았을까 싶다.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바뀌어
우리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존경‘과 ‘감사‘의 본질만큼은 퇴색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355298?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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